Boy's Diary2015.11.03 06:20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었다. 평소처럼 일어났지만 밖은 여전히 깜깜하다. 밖이 깜깜하지만 나는 지금이 몇시쯤인지 알 수 있다. 아침 6시쯤이 되면 공중 케이블에 매달려 움직이는 트롤리버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아침부터 일어나서 사방을 돌아다니려니 버스도 피곤하겠지. 그러니 그렇게 온 동네 사람들을 깨울만큼 하품소리가 요란한거다. 버스가 한바탕 하품을 하고 지나가면 침대 너머로 엄마와 아빠의 쌔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엄마와 아빠는 거인처럼 크다. 내가 본 사람중에서 제일 크다. 이들이 나를 보러 내 침대 위에 나타나기라도 하면 온 세상이 컴컴해진다. 입은 또 얼마나 큰 지 내 손이 다 들어가고도 남는다. 나는 아침 어스름속에서 엄마 아빠를 쳐다보고있는 이 순간이 참 행복하다. 그런데 엄마와 아빠는 내가 몰래 훔쳐보고 있는걸 알아차렸는지 창피해서인지 이따금 거대한 먼지 바람을 일으키며 이불을 끌어당겨 새로 덮는다. 문제는 이 이불이라는 친구가 아빠보다 훨씬 크다는것이다. 얼마나 큰지 순식간에 아빠의 모습은 사라지고 만다. 엄마도 덩달아 없어진다. 그럴때면 난 조금의 지체도 없이 이불속에 빠진 엄마와 아빠를 구하러 출동한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난 아직 그럴 수 없다. 내가 내 작은 담요를 쾌걸조로처럼 펄럭이며 칼 루이스가 허들을 쓰러뜨리듯  침대를 뛰어넘어 엄마 아빠에게 달려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그럴 수 없다. 난 너무 작으니깐. 난 그냥 낑낑거리며 허공에 팔을 마구 휘저을 뿐이다. 이 작은 팔로 바람을 일으켜 마법처럼 아빠를 뒤덮은 이불을 걷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럴때 기적처럼 이불을 걷어차고 나에게 다가오는 것은 오히려 엄마 아빠이다. 이불한테는 미안하지만 역시 우리 엄마 아빠가 이불보다 힘이 훨씬 센것이다.  나는 매일 그렇게 행복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큰 이불을 물리칠 수 있는 나의 엄마 아빠라니 말이다.


(깨어나서 조용히 날 쳐다보고 있는 아이의 시선을 느낄때.)



Posted by 영원한 휴가